1. 줄거리 요약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두 인물이 음악을 통해 짧지만 깊은 연결을 맺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삶의 공허한 틈을 채워주는 짧은 교감과 그 여운에 관한 작품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거리에서 버스를 수리하고 낮에는 아버지를 도우며, 밤에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는 사랑에 실패한 상처를 안고 살고 있으며, 음악만이 유일한 위안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체코 이민자로, 딸을 키우며 생계를 위해 꽃을 팔고, 틈틈이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그녀 또한 외로운 현실 속에서 음악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음악을 매개로 가까워지게 됩니다. 남자는 그녀의 피아노 연주에 감탄하고, 그녀는 그의 자작곡에 감동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곡을 만들고, 녹음하며 서로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가 ‘사랑’인지, ‘존중’인지, 혹은 ‘필연적 유대’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절정은 이들이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녹음하는 장면입니다. 단 몇 번의 리허설,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완성된 음악에는 거짓 없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들은 각자의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남자는 런던으로 음악을 하러 떠나고, 여자는 남편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합니다. 영화는 어떤 언약도, 이별도 없이 담담하게 그들의 작별을 그립니다.
2. 미니멀리즘 속 진짜 감정의 연출
존 카니 감독은 이 영화를 거의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했습니다. 카메라는 정적인 구도로 인물의 표정과 공간의 여백을 비춥니다. 대사보다는 음악과 눈빛, 침묵이 인물들의 감정을 대변합니다. 유명 배우가 아닌 뮤지션 글렌 핸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를 기용한 선택은 인위적인 연기를 최소화하고,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강화했습니다.
〈원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이 영화의 언어’라는 점입니다. OST ‘Falling Slowly’는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흐름과 관계의 전환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사 그 자체였습니다. 이 장면은 뮤지컬과 다르게 갑작스러운 전환 없이, 현실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이 나오는 구조로 설계되어 관객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이들이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을 마치고 엔지니어가 감동해 “진짜 음악이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극 속 인물과 관객 모두가 공감하는 순간입니다. 영화는 세련된 기술도, 극적인 드라마도 없이, 진짜 감정이 담긴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3. 개인적인 감상 – 사랑보다 더 섬세한 유대
〈원스〉를 처음 본 건 고요한 밤, 이어폰을 꽂고 혼자 영화를 틀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조용한 화면과 서정적인 기타 소리, 그리고 그 안에 서툴게 마음을 전하는 두 사람의 눈빛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깊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을 사랑이라 확신하거나 완성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감정을 음악 속에 묻어두고, 담담하게 보내줍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짧게 스쳐가면서도 아주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관계, 그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한 번의 순간’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감정은 ‘그리움’이었습니다. 지나간 사랑이 아닌, 지금 내 곁에 머물다 사라질지도 모르는 어떤 가능성에 대한 애틋함 말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잔향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4. 독창적인 해석 –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흐름’이다
많은 영화들이 사랑을 이야기할 때, ‘서로 사랑하게 된다 → 함께한다’는 서사 구조를 따릅니다. 하지만 〈원스〉는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사랑을 ‘이룬다’는 말 대신,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그 감정을 완성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위대한 점은, 사랑을 목표나 결과로 그리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음악이 흐르듯, 감정도 흐르고, 그 흐름은 결국 현실의 바깥에서만 완성됩니다. 영화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결말—재회, 고백, 키스, 동행—이 없이 끝나지만, 오히려 그 미완의 여운이 이들의 감정을 더 깊고 진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한 번의 만남이 평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관계를 보며, 우리의 삶에도 ‘사랑은 꼭 이뤄져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원스〉는 제목처럼 단 한 번의 순간이었지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관계에 대한 영화입니다.